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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쇼핑 에이전트의 새벽

이 책은 이미 시작된 상거래 혁명을 다룹니다. StockX에서는 스니커즈가 주식처럼 거래되고, Amazon은 고객이 주문하기도 전에 배송을 준비하며, Pinduoduo는 집단 구매력으로 가격 혁신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변화의 시작일 뿐입니다. 머지않아 AI 쇼핑 에이전트가 우리 일상의 필수 도구가 될 때, 상거래 생태계는 지금의 상상을 뛰어넘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AI 쇼핑 에이전트가 가져올 상거래 혁명을 다룹니다. 쇼핑 에이전트는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었을 때 소비자, 판매자, 플랫폼, 브랜드 그리고 사회 전체에 끼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윤리적 영향력을 살피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탐색해 보려 했습니다.

수많은 기술 변화 중에서도 상거래를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상거래가 인류 문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크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인류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즉 전쟁과 거래였다고 말할 정도로 상거래는 인류 활동의 핵심 축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상거래는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졌으며, 지금까지의 흐름을 볼 때 AI 기술은 상거래라는 영역에 또 다른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유통의 역사가 보여주는 본업의 재정의

우리나라 유통업의 최근 변화를 보면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등장하였을 때, 기존의 유통 프로세스를 그대로 둔 채 인터넷을 유통에 도입한 곳은 결국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유통의 핵심은 상품 소싱이었습니다. 어떤 상품을 팔 것인지, 어디에 진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유통의 핵심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인터넷을 도입한 후에도 상품 소싱을 직접 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이 MD라고 부르던 상품 소싱 업무를 외주로 처리하는 혁신을 가져온 곳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마켓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마켓이 이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체계적이며 대대적으로 도입하여 성공하였습니다. 즉 지마켓은 MD라는 업무를 셀러라는 개념으로 상품화하고 외주화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지마켓은 "유통업 그 자체를 상품화해서 판매"한 것입니다.

이후 모든 유통업체들이 셀러 기반의 플랫폼화를 지향했습니다. 결국 다 비슷비슷해지고 있을 때, 그동안 유통에서 완전히 등한시해 왔던 물류를 유통의 핵심이라고 재정의한 쿠팡과 컬리가 등장하였습니다. 이전까지 유통업에서 비핵심 업무로 여겨 왔던 택배업무를 유통회사의 핵심업무로 재정의하고 내부로 인소싱하여 물류센터의 혁신과 함께 로켓배송과 샛별배송을 각각 선보였습니다. 쿠팡과 컬리의 성공요소이자 핵심 경쟁우위 요소가 되었고 이제는 모든 유통회사가 물류업무의 혁신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쇼핑 에이전트 시대의 구조와 위계 전환

쇼핑 에이전트의 도입은 마치 유통에서 '상품 소싱' '물류'를 재정의했던 과거와 같은 전환점입니다. 이 에이전트를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시장의 지배자가 바뀔 수 있을 것이고, 상거래 형태는 그 구조와 본질에서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쇼핑 에이전트의 시대는 단순히 쇼핑 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관계 재정립, 데이터의 가치와 소유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알고리즘 중심 사회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등 기존 유통업의 범위를 벗어나는 깊은 성찰을 요구할 것입니다. 에이전트는 구매 행위뿐 아니라 소비자와 데이터, 그리고 사회 구조까지 재정의하는 변화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세 가지 핵심 질문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책은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하려 합니다. 첫째, 쇼핑 에이전트는 기존의 쇼핑 절차를 어떻게 바꾸고 소비자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둘째, 이러한 변화가 기업과 산업에 끼칠 전략적 함의는 무엇인가? 셋째, 에이전트 중심의 상거래 생태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가?

이 책에서는 쇼핑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하여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추천하며, 심지어 구매 결정까지 내리는 미래 환경을 다각도로 조망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 책은 미래를 확정적으로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를 구성한 결과이기에 모든 주장에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발전 추세와 사회경제적 변화를 기반으로 최대한 설득력 있는 미래상을 그려보고자 하였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전략적으로 대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 책이 제시하는 시나리오들이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고, 그 변화를 보다 인간 중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작은 기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그린 미래보다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이 책은 에이전트를 설득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첫 번째 전략서입니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아니라 쇼핑 에이전트를 설득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브랜드는 에이전트의 알고리즘에 어떻게 인식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마케터는 감정적 호소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논리적 설득을 준비해야 하며, 플랫폼은 에이전트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이 AI와 상거래의 미래에 대한 더 폭넓고 깊이 있는 대화의 출발점이 되어, 독자 여러분이 변화하는 시대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기를 희망합니다.


용어 사용에 관한 안내

본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용어들을 문맥에 따라 상호 교차하여 사용하였습니다.

'AI 쇼핑 에이전트', '쇼핑 에이전트', '에이전트'는 소비자를 대신하여 지능적 쇼핑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지칭하는 동일 개념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쇼핑몰', '쇼핑 플랫폼', '플랫폼'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상거래 생태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맥락에 따라 혼용하였습니다.

'상품' 또는 제품이라는 용어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는 한, 유형의 제품과 무형의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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